국제유가가 끝없이 추락하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은 이를 저가매수 기회로 판단, 유가 상승에 베팅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에 자금이 몰리자 거래소에서 ‘투자주의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유동성공급자(LP)인 증권사들이 최근 일련의 사태로 유동성이 막힌 데다 개인투자자들 매수 물량이 갑자기 몰리자 가격 조정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서 괴리율이 크게 확대된 탓이다.
그러나 여전히 유가 추종 ETN, ETF 등 원유상품에 자금이 대거 몰리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국제유가가 반드시 반등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렇다면 유가 추종 상품들은 실제로 국제유가 흐름을 추종하는 걸까.
10년간 국제유가와 유가 추종 상품들의 주가를 살펴보면 다소 상이한 흐름을 보였다. 국제유가가 급등해도 유가 추종 상품들의 상승률은 미미한 모습이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봤다.
◇‘선물’엔 유가 상승 예상 반영… 롤오버 비용 들어 오차 발생
우선 원유 선물ETN‧ETF의 기초자산은 현물이 아닌 ‘선물’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선물 상품에는 유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이 매달 반영되고 있다. 선물가격이 현물보다 높은 이른바 ‘콘탱고’ 상황에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콘탱고’ 상태 속에서 선물은 달마다 만기가 돌아온다. 여기서 롤오버 비용이 발생한다. 롤오버 비용은 매달 5일째 영업일부터 9일째 영업일 사이 최근월물 선물계약을 차근월물로 이연하면서 발생하는 비용을 말한다.
지금처럼 유가 급락 시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상승을 예견한다. 이에 따라 이달 선물(근월물) 보다 다음달(차근월물), 다다음달(원월물)로 갈수록 롤오버 비용이 계속 높아진다.
지금처럼 근월물 가격보다 원월물 가격이 훨씬 높게 형성된 ‘수퍼 콘탱고’ 상황에선 다음달 선물값이 더 나가다 보니 지금 보유한 선물을 매도하고 가격이 더 비싼 다음달 선물로 갈아타는 과정에서 예상보다 비싼 값을 치르게 된다. 대부분의 원유상품들이 국제유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제원유의 경우 워낙 저점에 있어 향후 반등할 가능성은 크다고 보지만 이를 추종하는 원유 관련 상품들이 원유 반등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콘탱고’ 상황이 지속된다면 현 시점에서 원유 추종 ETN이나 ETF는 장기 투자 전략에 적합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지금과 같은 ‘수퍼 콘탱고’ 상황에선 롤오버 비용 발생을 고려하면 유가가 급등하더라도 그만큼의 수익을 가져가기가 힘들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날 코덱스(KODEX) WTI원유선물(H)은 전 거래일 대비 0.84% 내린 7055원에, 타이거(TIGER) 원유선물Enhanced(H)는 전 거래일 대비 0.85% 하락한 1745원에 마감했다.
삼성자산운용에 따르면 KODEX WTI원유선물(H)은 근월물 가격을 추종해 14일 기준 △1개월 보유시 -14.03% △2개월 보유시 -18.57% △12개월 보유시 -27.40%의 롤오버 비용이 든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원유선물Enhanced(H)는 WTI원유선물의 근월물과 차근월물의 가격차가 0.5% 미만인 경우 차근월물(2번째 근월물)로 롤오버한다.
WTI원유선물의 근월물과 차근월물의 가격차가 0.5% 이상인 경우에는 발생시점에 따라 두 가지 방식으로 롤오버한다. △가격차가 상반기(1월~6월)에 발생하면 당해년도 12월물로 롤오버하며 △하반기(7월~12월) 발생시 다음연도 12월물로 롤오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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